가을의 뒤태, 붉은 산수유가 불을 지르는 곳
산수유 열매는 조그맣게, 빨갛게 익어간다. 크기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작다. 흡사 루비처럼 생겼다. 이 열매가 지리산 단풍이 진 자리에서 빨간 선홍 빛깔로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강렬하면서도 애잔하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멋을 뽐내고 있다.
산수유 열매 수확도 한창이다. 산수유 열매는 벼 수확이 끝날 무렵 익기 시작한다. 수확은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지난봄 산수유꽃의 자태에 취한 도회지 연인들이 밀어를 속삭이던 그 돌담길에서, 지금은 산골 마을 사람들이 산수유를 따느라 부산하다.
산수유마을을 둘러본 뒤에 가볼 만한 곳도 여러 군데다. 지리산이 품은 소박한 절집 천은사가 가깝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배경지였다. 감로수가 있다고 감로사(甘露寺)였다. 스님이 구렁이를 잡은 뒤로 샘이 숨어버렸다고, 천은사(泉隱寺)가 됐다.
그 뒤로 불이 자주 났다. 동국진체의 완성자인 원교 이광사가 물이 흐르는 듯한 글씨체로 '지리산 천은사'를 써서 현판을 건 뒤로 화재가 잠잠해졌다는 절집이다. 절집 옆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소나무 숲길도 멋스럽다. 300살 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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