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90년대 애니 리메이크 붐이 불고 있을까?
『마법진 구루구루』에 최유기 RELOAD BLAST. 1989년생, 30대를 앞둔 필자로서는 "지금이 정말 2017년인가……?"라 오해할만큼 이번 애니메이션은 그리운 라인업이다. 게다가 얼마 전 『봉신연의』의 리메이크 애니화도 발표되면서 필자의 동 세대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팬들은 크게 술렁였다. 도대체 왜 이제와서 그리운 애니메이션이 재조명 받는 것일까.
■소비 의욕이 높은 F1층이 타깃인가?
우선 『마법진 구루구루』, 『최유기』, 『봉신연의』 애니 1기 방송시작 연도를 확인해두자.(※괄호 안은 원작 연재 시작년도).
·마법진 구루구루:1994년(1992년)
·최유기:2000년(1997년)
·봉신연의:1999년(1996년)
『마법진 구루구루』만 90년대 전반의 방송이며 『최유기』와『봉신연의』는 원작 연재와 애니 방송이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그 사이에 약 5년의 공백이 있지만 이들 3작품을 보던 건 아마 동 세대층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마법진 구루구루』는 다른 2작품과 비교하면 스토리가 쉽고 훨씬 더 아동용이다. 즉 어린 시절 『마법진 구루구루』를 보고 자란 세대가 커서 『최유기』와 『봉신연의』도 시청했다고 생각한다.
세 작품 모두 애니 1기에서는 저녁 골근타임대에 걸친 방송 시간이었다. 그러나 현재 방송 중인 『마법진 구루구루』와 『최유기』은 모두 심야대 방송이다. 이 방송시간에서 봐더라도 이번 분기는 어른 시청자를 겨냥하는게 명백할 따름이다다.
특히 이들 작품은 소비의욕이 왕성하다는 F1층(20~34세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게 아닐까? 『최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원래 소년지 연재작이었던 『봉신연의』도 동인지나 BL을 좋아하는 여성들한테 인기가 매우 높다. 또한 『마법진 구루구루』도 남녀 불문하고 지지를 받는 작품이나, 대체로 여성 팬이 많다는 인상이다. 최근에는 여성 애니메이션 팬도 늘어나면서 상품매출은 여성향 콘텐츠쪽이 남성향 콘텐츠보다 높다고도 한다. 그런 F1층을 의식한 것이 과거 작품의 재평가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신작 애니메이션 러시의 안티 테제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이나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각광받는 또 하나의 이유로 최근 1쿨 애니메이션의 증가에 따른 매너리즘이 영향을 준다고 여겨진다. 최근 몇년 "애니메이션이 늘어나도 너무 늘었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분명, 애니 수만 보면 최근 큰 증가세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방송시간대는 크게 급증한게 아니다. 애니 1화째의 연간 방송수 자체는 1996년부터 20년간 약 25% 증가로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방송 작품 중 2006년부터 10년간 1쿨 애니메이션의 비율은 약 30% 증가했다.
24회 분량 방송범위로 1쿨 애니메이션이라면 2편, 2쿨 애니메이션이라면 1작품이 방송 작품 수에 포함된다. 즉 한정된 틀 수에서 1쿨 애니메이션의 비율이 늘어나면 작품 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방송시간대가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쿨 애니메이션의 비율이 급증하면서 애니메이션 방송작품 수가 늘고 애니메이션의 방송시간대 자체도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잇달아 신작이 발표되면 그때마다 각 애니 1화를 보고, 그 후 시청을 계속할지 여부의 판단도 해야 한다. 그렇게 매 쿨 몇개의 신작을 체크하는 건 시청자에게 모종의 심리적 부담이 될 것이다. 1화 하차를 반복하여 피폐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즈 작품이나 리메이크 애니화 작품이라면, 과거에 그 작품을 본 적이 있다면 1화 하차를 하느냐의 판단을 생략할 수 있다. 또 어느 정도 결말과 스토리가 알고 있으면, "최종화를 보고 실망하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해 회의감을 갖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는 것은 시청자입장에서 보면 너무 고맙다.
1쿨 신작 애니메이션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러한 클래식 작품의 존재는 귀중하다. 『최유기 RELOAD BLAST』은 이번 1쿨이지만 그래도 다른 신작 애니메이션과 크게 차별화되는 것이다. 리메이크 애니메이션화 작품에는 1쿨 애니메이션의 증가로 생긴 시청자의 매너리즘과 피폐감을 타파하는 힘이 있다. 전술한 세 작품 외 방송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 애니 『지옥소녀 』와 극장판 『코드기아스 반역의 를르슈』 등 신작 애니메이션 러시에 역행하는 작품은, 이밖에도 더러 보인다. 『봉신연의』 방송 후의 반향에 따라서는 이러한 과거 애니메이션의 재평가가 앞으로도 더 가속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