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하라" "종현하라" "주혁하라"…넘치는 남성혐오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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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하라" "종현하라" "주혁하라"…넘치는 남성혐오 표현

성요나1 0 8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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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남성혐오 논란②] 고인 능욕까지
한국 사회에서 남성혐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할 조짐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인식돼온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출하면서 일부 남성 혐오 표현 등이 이슈와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단체의 시위에서는 남성 인권을 위해 앞장섰던 고 성재기 남성인권 연대 대표와 잇따른 죽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남성 연예인들에 대한 능욕발언까지 이어지며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도를 넘은 한국 남성들에 대한 혐오 표현 문제를 살펴봤다.

시위대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재기하라”에 이어 “종현하라, 주혁하라”까지

지난 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제3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재기하라” 등 구호가 등장했다. 특히 최근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인 '워마드'에서 과거 심장마비로 죽은 고 김주혁씨를 조롱하는 “주혁하라”나 고 샤이니 종현의 사망을 조롱하는 “종현하라” 등의 이야기가 나온터라 한국 남성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날 시위가 경찰의 편파수사 규탄이라는 본래 목적을 잃고 극단적 남성혐오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7일 혜화역 일대에서 5월과 6월에 이어 세번째 열렸다. 이날 모인 6만 여명의(주최 측 추산) 여성들은 분노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고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한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도를 넘은 혐오 표현을 내뱉으며 여성들 사이에서도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나왔다. 집회 주최 측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편파수사’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여성참가자를 무릎 꿇리면서 “재기해”라고 외쳤다. ‘재기’는 2013년 한강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는 말로 ‘재기하라’는 말은 ‘자살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곰’은 대통령의 성을 거꾸로 뒤집은 글자로,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고인 성재기 전 대표는 그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나

고 성재기 대표의 이름은 왜 시위대의 구호에 등장하게 됐을까. 이는 성 대표가 국가의 여성위주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여성단체와 많은 갈등을 빚어온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성 대표는 과거 ‘군대가산점 폐지’에 격분해 2008년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한 뒤 남성인권신장을 위해 운동해왔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 운동과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을 주장했으며 여성의 생리휴가가 남성차별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1년께 카페를 해산한 뒤 ‘남성연대’를 공식 출범시켜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매진했고 같은해 11월 영화 ‘너는 펫’의 ‘여성 주인, 남성 펫’ 설정이 남성비하적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외에도 ‘더치페이 하기 좋은 날이다’라는 구호로 더치페이 문화를 선도하며 남성층은 물론 여성층에게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자금난을 겪으며 2013년 7월 마포대교 투신 퍼포먼스로 모금 행사를 펼치다 실종된 후 사흘만에 서강대교 밤섬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이 성 대표의 빈소에 가 500원을 조의금으로 내고 인증을 해 고인에 대한 능욕이라며 안팎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성 대표의 남성인권연대 시절 친분이 있던 김모씨는 “(성)재기 형이 이야기했던 것은 남성우월주의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다”며 “진짜 평등한 세상을 위해 남성들의 목소리도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각기 생각들은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고인이 된 사람을 놀리다시피 언급하는 것은 지성인으로서 예의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뉴스1
◆‘여성경찰 90%?’ 실제 몰카수사서 남성구속률 더 높아

혜화역 시위 주최 측은 지금까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피의자들인 여성들에 대해 강경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시위대는 이에 대한 근본원인을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찰 조직의 문제로 주장하며 “여성 경찰을 90%로 늘리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이들은 “여성 경찰관 90% 요구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며 “경찰이 여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경찰 집단이 남초·남성중심적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들이 제대로 조치를 받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 내부의 성 평등부터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수사기관이 몰카범죄에 한해 남성에게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은 몰카범죄 남성 피의자 2만924명을 단속했다. 그 중 범죄가 심각해 구속한 구속 인원은 538명으로 2.6%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여성 몰카범은 523명이 잡혀 이 중 4명이 구속됐다. 즉 0.8%의 몰카범죄 여성 피의자가 구속된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시위대가 주장해온 것처럼 여성이라서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구속하고 포토라인에 세웠다는 부분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는 거다.

실제 수사 기관은 남녀를 불문하고 몰카 범죄를 어느 정도 저질렀는지와 기간, 증거 등에 의존해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수사에 남녀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최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가 누구인지에 관련 없이 범죄의 경중과 증거수집, 기간 등을 고려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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