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러 갈 때도 헬멧?
출처 : 게티이미지 뱅크
머리카락 시원하게 날리며 자전거 타는 모습은 9월 중순까지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9월 22일부터 적용될 자전거 관련 규정에 헬멧 의무 착용 항목을 넣었습니다.
국내 자전거 이용 인구가 1,300만 명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자전거 사고도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전거 교통 사고는 연간 1만 5,000여 건입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대비 자전거 사고 사망자 비율은 2012년 5.35%에서 2016년 6.01%로 해마다 증가하고 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 (2012년~2016년) 동안 자전거 사고로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머리'(38.4%)였고 특히 9세 이하 아동의 경우는 50%에 달했습니다.
헬멧을 쓰면 사고시 머리 손상 비율이 17%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한국교통연구원)
9월부터 자전거 헬멧 착용이 '권장'에서 '의무'로 바뀌지만 공공 자전거 제도를 운영중인 서울시는 아직 헬멧 제공 장소와 범위, 위생 관리와 분실 문제, 유지 비용 등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는 하루 사용료가 1,000원으로 저렴하고 지하철 역 인근 대여소 등 접근성도 좋아 도입 2년 6개월 만에 이용자 6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따릉이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헬멧 대여 의무화를 놓고 논의가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공동 사용시 발생하는 위생 문제, 유지, 관리비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려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억지로 쓰게 하더라도 헬멧 착용은 모든 자전거 사용자들이 반길 일은 아닙니다.
가까운 마트에 가거나 동네 친구 집에 놀러갈 때도 써야 한다면 불편이 더 크겠죠.
헬멧 비용 문제,무겁고 부피 큰 헬멧 휴대 문제 등 성가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직접 머리에 쓰는 제품을 대여하는 것도 이용자 입장에선 내키지 않을 수 있고 헬멧 착용이 부담이 되면 자전거 이용자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공공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자전거 대여소에 자판기를 마련해 헬멧을 빌리거나 살 수 있게 했지만 전체 자전거 이용율이 30% 감소했습니다.
헬멧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다양하고 실용적인 제품이 더 많이 출시돼 헬멧에 대한 불편한 요소는 점차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헬멧 착용 의무화가 자전거 사고나 부상 방지를 위한 최선책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전거 사고 사망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2015년 기준, 10만 명당 0.6명)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비율(56%)이 차량을 압도하지만 성인 67%는 헬멧을 쓰지 않고 성인에게는 헬멧 착용이 의무가 아닙니다.
(어린이 헬멧 착용은 의무) 자전거 천국의 비결은 자전거 전용 도로 확장과 전체 도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안전 교육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전거에 대한 '도로교통법상 안전 교육'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따르는 불편을 감수 할 만큼 사고 예방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by 엠빅뉴스